YouTube 갈무리 2011년 한 TED 강연에서 빛을 이용한 통신이 소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라이파이(Li-Fi) 기술은 마이크로파를 만드는 안테나 대신 빛이 나는 진짜 전구를 이용한다.
스마트폰,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가 눈에 보인다면 어떨까? 통화할 때마다 전화기 주변이 밝게 빛나고, 통신사 기지국은 늘 대낮같이 환할 것이다. 마이크로파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이런 요란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만약 눈에 보이는 빛(가시광선)으로 무선통신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2011년 한 TED 강연에서 빛을 이용한 통신이 소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라이파이(Li-Fi)라 이름 붙은 이 기술은 마이크로파를 만드는 안테나 대신 빛이 나는 진짜 전구를 이용한다. 이날 강연자는 밝게 빛나는 LED 전구 밑에서 데이터를 받아 고화질 동영상을 재생했다.
그동안 빛은 무선통신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활용되지 않았다. 빛은 아주 작은 장애물에도 도달할 수 없는 영역, 즉 그림자를 만든다. 만약 지금 우리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빛을 이용한다면, 가로수 그림자를 지날 때마다 통화 품질이 나빠질 것이다. 파동의 기본 성질에 기인한 것이어서 기술로 해결할 수 없다. 빛은 벽을 돌아가지 못한다. 벽 하나쯤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 전달되는 소리와는 너무나 다르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도 최근 무선통신 수단으로 빛이 거론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빛이 지닌 장점이 단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과거에 큰 문제였던 단점이 지금은 극복 가능하다. 무선통신의 당면 과제도 과거와 달라졌다.
4세대 이동통신인 LTE 뒤를 이을 5세대 이동통신은 지금껏 선호하지 않던 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대역 주파수로 갈수록 넓은 범위 통신에 불리해 통신 음영지역 개선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넓은 주파수 범위를 사용할 수 있다면, 그래서 통신 속도를 빨리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단점은 극복되고 장점은 부각되는 라이파이
라이파이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빛은 마이크로파보다 주파수 범위가 더 넓을뿐더러 아직 아무도 빛을 이용하지 않아 주파수를 마음껏 선점할 수 있다. 이것이 라이파이의 가장 큰 장점이다. 쉽게 얘기하면 라이파이는 가장 빠른 무선통신이 될 잠재력을 지닌 셈이다.
라이파이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실용화에 힘을 더해준다. 최근 급격히 발전한 LED 전구 기술과 시장 확대가 대표적이다. LED 전구는 근본적으로 반도체 소자와 다를 바 없어서 통신에 적합할 정도로 정교하게 제어하는 게 가능하다. LED 전구가 일종의 송신용 안테나 구실을 할 수 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 단가도 비싸지 않다. 이미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각종 LED 전등을 통신에 이용하면 빛의 그림자에 일부러 찾아 들어가지 않는 한 통신이 끊길 이유가 없다. 그림자라는 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양의 기지국이 이를 만회해주는 식이다. 게다가 마이크로파를 만드는 비싸고 큰 기지국을 여기저기 설치할 필요도 없으니, 인프라 조성에 들어가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물론 통신용 LED 전구 규격이나 전구를 제어하는 회로가 필요하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