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간만에 직장 회식이 있어 기분 좋게 술한잔 하는 와중에 조금은 어이 없는 이야기를 들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회식 자리에 함께한 여성 직장동료들이 하던 이야기 인데...

술이 한 잔씩 들어가니 평소 숨어서 하던 수다를 테이블 한 모퉁이에서 스스럼 없이 말하더군요.

남자는 쌍커풀이 있는 것이 좋다, 속눈썹이 긴 남자를 보면 매력적으로 보인다, 코는 어떻게 생겨야 멋있다, 얼굴형은 어떻게

생겨야 남자답다, 몸매는 어때야 한다 등등...(키는 필수 요건이더군요.)

대부분 남자의 외모에 관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평소 친분도 있었고 성격상 장난스럽게 말하는 걸 좋아하는 저는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다가

"그럼 내가 쌍커풀이랑 속눈썹 연장 수술하고 코 높이고 턱 깍으면 OOO씨 이상형 되겠네?"

라고 장난스레 말을 건넸습니다.

솔직히 제 외모가 잘난 편도 아니고 키도 크지 않습니다. 그저 어디가서 병X 소리 안들을 정도일 뿐이죠. 그래서 장난스레

웃자고 던져본 농담이었는데...

그 순간 정색하며 돌변하는 여성 직원들...=_=

솔직히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이 많아 대놓고 말하긴 힘들지만 대부분 성형한 남자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들이었습니다.

몇 마디 오고가다 보니 어느새 남녀 직원이 편을 갈라 언쟁을 할 정도가 되어버리더군요...

여러가지 말들이 오갔지만 대충 종합해보면

여직원 일동 : 성형한 남자는 재수 없다. 자신감 부족이라 생각한다.

남직원 일동 : 그럼 여성들의 성형은 뭐냐. 여성은 성형 뿐만 아니라 화장으로도 자신의 컴플렉스를 가리려 하면서 왜 남자는

무조건 기분 나쁘다고만 하는가.

여직원 일동 :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의 성형은 불가피하다. 취업에서부터 결혼까지 모든 것이 외모 위주다. 하지만 남자는

아니지 않은가.

남직원 일동 : 남자 역시 취업시 외모가 중요하다. 여성들 역시 결혼할 배우자의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거기다 능력까지

좋길 바란다. 그런데 왜 여성의 성형은 불가피하고 남성의 성형은 부정적인가.

여직원 일동 : 연예인들을 보라. 남자들은 성형을 했더라도 예쁜 여자 연예인만 좋아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아니다. 매력적인

남자가 더 좋다. 대부분의 남자 연예인들은 성형을 하지 않았다.

남직원 일동 : 연예인 같은 남성이 대한민국 전체 남성중에 몇 퍼센트나 될 것 같은가. 남자는 성형을 했더라도 그사람이 좋으면

이해하고 넘어간다. 여성들은 아니다.

...뭐 대충 이런 말들이 오고가다 보니 기분 좋게 시작한 회식 자리가 금새 파벌싸움이 되어버리더군요.=_=

솔직히 저도 남자의 입장에서 기분 나쁜 발언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자리에 있던 남직원 중에 누구 하나라도 성형

을 한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인식 자체가 기분이 많이 상하더군요.

자신보다 눈높이가 낮거나 비슷한 것은 싫다면서 여성들은 15cm나 되는 킬힐을 신고 남자들은 5cm도 안되는 키높이 깔창만

깔아도 들키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여성의 쌍커풀 수술은 이제 성형 축에도 못 끼는데 반해 남성의 쌍커풀 수술은 마치 전신 성형이라도 한 것 마냥 숨겨야 할

일이니...전 조금 보수적인 편이라 잘났건 못났건 간에 부모님이 주신 얼굴을 창피하다고 여기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고

살아왔습니다만, 성형을 할 생각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많이 나쁘더군요.

평소 알고 지내던 일본인 친구(여성)와 대학때 가깝게 지내던 미국인 교수님(여성)께도 물어봤지만 두 사람 다 그렇게 부정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는데 반해 유독 한국여성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물론 외국에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여성은 있겠지만요)

대한민국의 남녀 불평등...

어떤 것이 평등이도 어떤 것이 불평등인지는 저 개인만의 생각으로는 판단하기 어렵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시대를 거듭할수록 여성들 보단 남성들의 불평등이 더 높아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