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hunsa™
14.03.15
조회 수 3172
추천 수 73
댓글 16





2014년 3월 15일 토요일







어느 중고 컴퓨터 장사의 일기






저는 인터넷이나 알림방 광고를 내어
중고 컴퓨터 장사를 합니다.

얼마 전 저녁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 받고 전화 드렸어요.

여기는 경상도 칠곡이라고 지방이에요.

6학년 딸애가 있는데 중고컴퓨터라도 있었으면 해서요.

딸은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요...."



나이 드신 아주머니 같은데

통화 내내 목소리가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열흘이 지나서 쓸 만한 중고가 생겼습니다.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그 집에 도착하자,

다세대 건물 옆 귀퉁이 새시 문 앞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시더군요.



액세서리 조립하는 부업거리가 보입니다.

지방에서 엄마가 보내주는 생활비로는

살림이 넉넉지 않은 모양입니다.



"야 컴퓨터다!"

그 집 6학년 딸이 들어와 구경하자,

할머니가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시더군요.

"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온 거여,

학원 다녀와서 실컷 해. 어여 갔다와."

아이는 "네~" 하고는 후다닥 나갔습니다.



설치를 끝내고 집을 나섰는데

대로변의 정류장에 아까 그 딸아이가 서 있습니다.

"어디로 가니? 아저씨가 태워줄게."

주저 할만도 한데 아까 봤던 아저씨라 믿었는지

아이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하계역이요~"

제 방향과는 반대쪽이지만 태워 주기로 하였습니다.

집과 학원거리로 치면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한 10분 갔을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합니다.

패스트푸드점 건물이 보이기에 차를 세웠습니다.

"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

다급히 아이는 건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무심코 보조석 시트를 보는데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검빨갛게 물들은 시트.



아마 첫 생리?

보통 바지가 젖을 정도...

당황한 아이의 얼굴,

당장 처리할 방법도 모를 테고 마음이 너무 급했습니다.

재빨리 청량리역까지 와서 속옷을 여러 사이즈로 샀습니다.

아이엄마에게 전화했다가는 마음이 아파하실 것 같아 연락도 못하겠더군요.



집사람한테 전화 했습니다.

"지금 택시타고 빨리 청량리역...

아니 그냥 오면서 전화해.. 내가 찾아 갈게."

"왜? 뭔 일인데?"

자초자종 이야기하자, 집사람이 온다고 합니다.

아, 아내가 구세주 였습니다.



가는 중 전화가왔습니다.

"약국 가서 생리대 사. XXX 달라 그러고

없으면 XXX 사....속옷은?"

"샀어.."

"근처에서 치마 하나 사오고....

편의점 가서 아기 물티슈도 하나 사와."



진두지휘하는 집사람 덕에 장비(?)를 다 챙겨서

아이가 좀 전에 들어갔던 건물로 돌아갔습니다.

없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합니다.

아이 이름도 모르는데,



집사람이 들어가니 화장실 세 칸 중에 한 칸이 닫혀 있었습니다.

말을 걸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울면서 끙끙대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조촐한 파티라도 할

기쁜 일인데... 콧잔등이 짠하더군요.



집사람과 아이가 나오는데

그 아이 눈이 팅팅 부어 있더군요.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묻더군요.

"그 컴퓨터 얼마 받고 팔았어?"

"22만원"

"다시 가서 주고 오자.."

"뭐?"

"다시 가서 계산 잘못 됐다고 하고,

10만원 할머니 드리고 와."



램 값이 내렸다는 등 대충 얼버무리면서

할머니에게 돈을 돌려 드렸습니다.

나와서 차에 타자 집사람이

제 머리를 헝클이며 "짜식~" 그랬습니다.



그날 밤 11시 쯤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기 칠곡인데요. 컴퓨터 구입한......."



이 첫마디 하고

계속 말을 잇지 못하시더군요.

저도 그냥 전화기 귀에 대고만 있었습니다.



- 김진영 (새벽편지 가족 / 옮김) -




가끔 다른 사람의 마음에

귀 기울이시고 노크를 하십시오.


- 배려하는 마음 하나가 이렇게 감동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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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 profile
    아띠.. 아침부터 찡하넹 ㅜㅡㅜ 분유값 없는 고객에게 가게 주인이 일부러 깡통 찌그러뜨려서 싸게 줬다는 일화도 떠오르고요 ㅜㅡㅜ
  • ?
    아직도 따뜻한 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도 있다는거에 힘이 나내요.. 난 그러질 못하는...
  • ?
    JM.Park
    14.03.15
    정말...좋은 글입니다...해외출장중에 마음도 뒤숭숭 한상태로 보니 더욱더 눈물이 납니다...감사 합니다.
  • ?
    칼카스
    14.03.15
    아 눈물이 날려고하네요 [2.2.8/E300KKKUEML1.HyperDrive/4.3]
  • ?
    DENANSA
    14.03.15
    ... 찡하네요 ...
  • ?
    박체빈
    14.03.15
    ㅡㅡ아직도 세상은 온정이 ㅠ 나쁜놈들도 많치만 아이가 부디 아무탈없이 좋은 숙녀가 돼기를 바랄뿐입니다 ㅠ
  • ?
    짠하네요 ㅜㅜ 아직도 세상에는 어리석은사람보다 좋은분들이 많은거 같아요 진심 저도 보고 배워야하는데....
  • ?
    짠하네요...
  • ?
    그래요.눈여겨보면 주위에 어려운 가정이 많죠. 조그만 배려가 사람답게 사는 훈훈한 정이 봄바람과 함께 둠뿍 느겨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쿤타
    14.03.15
    누구나 할수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수없는 일입니다,,,,,,이런세상 우리가만들어가요,,좋은글감사합니다~~^^*
  • ?
    Saebyeol
    14.03.16
    50 추천수 돌파 축하드려요!!
  • ?
    뇌씨
    14.03.16
    저희집 300M거리에 있는 마을같네요... 지나갈때마다 빈부격차가 어서빨리 사라져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하는ㅠㅠ
  • profile
    응딱
    14.03.16
    컴퓨터를 파신분이나 그 부인분이나 아저씨장사가 더 번창하시기를 바랍니다.
  • ?
    칠무해
    14.03.16
    글 읽고나서 참.... 저도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햐서 여러사람에개 기운을 볻돋아주는 그런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마음잡게되네요.. 감사합니다 ^.^ 좋은글 써주셔서
  • ?
    눈물이 나네요.. 정말 참 따뜻하고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네요!!
  • ?
    bluedragg
    14.03.18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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