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dist
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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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29일 이라크 최대 유전도시 모술을 장악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슬람 국가’를 수립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이름도 ‘이라크와 레반트의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in Iraq and Levant)’에서 ‘이슬람국가(Islam state)’로 바꿨습니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를 침범해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살해하고, 여성들을 성노예로 삼았습니다. 미국과 일본인 기자들을 납치해 참수한 뒤 이 장면을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에 공개했고, 2015년 2월에는 요르단 조종사를 산 채로 화형시키기도 했습니다. 고대 유적지를 폭파하고 어린 소년들을 데려다 살인에 가담시키기도 했습니다.

2001년 9·11테러를 저질러 IS보다 먼저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무장조직 알카에다는 2014년 2월 IS와 절연을 선언했습니다. 이 조직들은 이슬람교라는 ‘종교’를 내세우면서 왜 이렇게 잔인한 짓을 저지르는 것일까요. 같은 이슬람 무장조직인 알카에다와 IS는 왜 절연을 선언할 정도로 관계가 나쁜 것일까요. 시간이 갈수록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역사를 알아보겠습니다.

지하드, 변질된 성전의 의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들은 자신들을 ‘지하디스트(jihadist)’라 부릅니다. 지하드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지하드는 꾸란에서 성전(holy war)을 의미합니다. 알라의 뜻에 따라 성스러운 전쟁을 치르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학자들은 원래 꾸란에서 말하는 성전이란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자기 수양입니다. 자기 자신을 다스린다는 것이죠. 종교에서 말하는 자기성찰, 자신과의 싸움을 뜻합니다. 두 번째가 이교도와의 전투입니다.

지하디스트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를 쓴 중동전문가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자신과의 싸움을 ‘대지하드’, 이교도와의 전투를 ‘소지하드’라고 한다”며 “정신과 언행으로 보여주는 지하드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특히 전투를 뜻하는 소지하드의 경우도 “저들이 먼저 너희에게 싸움을 걸어온다면 살해하라. 이것이 신앙을 억압하는 저들의 대가”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먼저 가서 이교도(이슬람교가 아닌 사람들)를 무력으로 공격해 개종시키거나 살해하는 것이 아니라, 침입을 받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방어적 수단으로 무력을 쓰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꾸란에 기록된 지하드는 시간이 흐르며 변질됐습니다. 성전의 개념을 보다 공격적이고 과격하게 해석한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죠. 이슬람 국가가 유럽의 십자군 공격을 받아 많은 피를 흘리고 결국 몽골의 침략을 받아 멸망하면서, 이슬람 사회에서는 “공격적인 지하드가 신자의 의무”라는 생각이 피어납니다.

이런 생각을 가장 확고하게 이론으로 정리해 전파시킨 사람이 이집트의 사이드 쿠틉(1906~1966년)입니다. 시인이자 문학장학생이었던 쿠틉은 정부장학금으로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지만 돌아와서 서구문명을 전파할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서구·세속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옵니다.

이슬람 과격주의의 이론을 세운 사이드 쿠틉

이집트로 돌아온 그는 이집트가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많은 이슬람 국가들이 서방국가들에게 침탈당한 것은 이슬람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슬람이 아닌 모든 곳을 이슬람의 힘으로 해방(정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고 무력을 통한 성전을 최고의 종교적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본래 꾸란에서는 칼리파(지도자)만이 성전의 개시를 선포할 수 있지만, 쿠틉은 ‘가만히 있는 것’을 죄악으로 봤기 때문에 누구나 필요에 따라 성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파했습니다. ‘무한 지하드의 시대’를 연 것이었죠. 그는 1966년 대통령 암살사건에 연루돼 처형당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진리를 향한 이정표> 등 옥중에서 남긴 글을 통해 ‘금서’가 돼 더 은밀하고 광범위하게 퍼졌습니다. 그의 이론은 이후 모든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에게 무자비한 테러를 일으키는 뿌리이자 명분이 됩니다.

<지하디스트의 여정>을 쓴 레바논 출신 미국인 저널리스트 파와즈 게르게스는 “과거 이슬람의 지하드가 가까운 적, 내부의 적과의 싸움이었다면 과격주의가 거세지면서 점점 더 멀리 있는 적, 가장 큰 적과 싸워야 한다는 프레임이 형성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탈레반

이슬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알카에다’라는 조직은 들어봤을 겁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끈 극단주의 무장조직 ‘알카에다’는 2001년 9·11 테러를 일으켜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4개의 여객기가 납치돼 세계무역센터와 쌍둥이빌딩, 국방부 건물에 충돌했습니다. 민간인 2977명이 숨졌습니다.

미국의 ‘심장’을 겨눈 초유의 사건은 알카에다라는 테러조직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어떻게 이런 테러가 일어났을까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여객기를 ‘자살비행’으로 이끈 테러범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들은 사이드 쿠틉이 정리하고 오사마 빈 라덴이 반복해서 악용한 ‘과격주의’에 따라 기꺼이 ‘순교’했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

놀라운 사실은 오사마 빈 라덴이 원래 미국의 자금지원을 받던 무장조직원이었다는 것입니다.1) 1979년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은 경쟁관계였던 소련의 확장을 경계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원들을 지원했습니다. 빈 라덴만 지원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당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소련과 싸우겠다고 나서는 이슬람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아랍과 북아프리카의 많은 무슬림들이 이 전투에 나섰습니다.

문제는 전쟁이 끝난 후였습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물러가고 남겨진 ‘전사’들은 고국에선 ‘괴물’처럼 여겨졌습니다. 각종 살상훈련을 받고 전쟁을 경험한 이들이 고국의 입장에선 불안하고 불편한 존재였죠. 각국 정부는 이들의 귀환을 반기지 않았고, 빈 라덴은 갈 곳이 없는 조직원들을 모아 1988년 알 카에다를 만들었습니다. 알 카에다는 ‘기본, 토대(The Base, The Foundation)’라는 뜻입니다.

위험한 조직을 만든 빈 라덴은 미군이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 메카와 메디나에 주둔하는 것에 반발해 사우디와 수단을 오가며 서방과의 ‘성전’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자, 아프간의 신생 무장조직 ‘탈레반’과 손을 잡습니다. 탈레반은 학생들이라는 뜻입니다. 탈레반 역시 소련 침공 후 ‘이슬람 근본주의로 돌아가자’는 주장과 함께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실제 아프간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지만, 점점 더 과격해지면서 1996년 무력으로 아프간 정부를 전복시키고 정권을 잡았습니다.

‘학생’이란 뜻을 갖고 있는 탈레반 휘장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된 빈 라덴의 알카에다는 본격적인 국제 테러를 시작합니다. 빈 라덴은 신병을 모집하는 비디오 테이프에서 “어떻게 신성한 예언자의 땅(사우디 메카와 메디나)에 미군이 마음껏 행보할 수 있는가. 우리 무슬림은 꾸란이 더렵혀지고 불타며 유대인의 일회용 휴지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 들으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무기력하게 서있다.”2) 며 무슬림들의 감정을 자극했습니다.

빈 라덴은 미국을 모든 무슬림의 적으로 규정하고 ‘악의 제국’ ‘뱀의 머리’라고 표현하며 미국과의 투쟁을 선포했습니다. 빈 라덴이 만든 ‘무슬림의 적=미국’이라는 프레임은 쿠틉이 세운 과격주의 이론을 보다 구체화시켰고, 알카에다가 무슬림을 대표해 지하드를 거행한다는 명분으로 악용됐습니다.

빈 라덴의 알카에다는 1996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암살 시도, 1998년 케냐 나이로비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를 대상으로 일으켰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은신하던 오사마 빈 라덴(오른쪽)의 모습

그리고 2001년 9·11테러를 일으켰습니다. 9·11테러 이후 미국 부시정권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전을 벌이고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숨겨져 있다’는 명분으로 이라크까지 침공했습니다.(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미국 정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돈벌이+전쟁을 위한 가짜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후에 밝혀졌죠. 이라크전은 지금까지도 미국이 비판 받는 ‘명분 없는 전쟁’입니다.)

2011년 5월 1일 미군이 파키스탄에 숨어있던 빈 라덴을 찾아내 사살하기까지 10년동안 알 카에다는 여러 테러를 저지르며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알카에다는 이미 쇄약해지기 시작했고, 빈 라덴의 사망 이후에는 사실상 해체됐습니다.

알카에다 조직은 여러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예멘에 자리잡은 ‘예멘 알카에다(AQAP)’가 그중 본류로 분류되지만 세력은 예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해졌습니다. 예멘 알카에다는 내전으로 쇄약해진 예멘을 중심으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며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어떻게 됐을까요. 1996년 정권을 잡은 탈레반은 2001년 빈라덴의 9·11테러를 도운 뒤 미국의 침공을 받아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파키스탄으로 근거지를 옮겨 지금도 테러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BBC 블로그에 “여성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글을 올린 파키스탄 13살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탄 스쿨버스에 침입해 말랄라의 머리에 총을 쏘기도 했습니다.3) 말랄라는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계속 여성·인권운동을 펼쳐 201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탈레반의 지도자로 2001년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무하마드 오마르가 2013년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이 지난 7월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탈레반의 세력도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언제 어떤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는 위험한 존재입니다.

보코하람과 알샤바브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케냐, 소말리아는 극단주의 무장조직 ‘보코하람’과 ‘알샤바브’의 테러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보코하람은 2002년 모하메드 유수프(1970~2009년)가 나이지리아에서 만들었습니다. 32살의 젊은 이슬람 지도자였던 그는 다른 극단주의 조직처럼 “나이지리아에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해 이슬람율법에 따른 나라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코 하람은 ‘서구식 교육은 죄악(Western education is forbidden)’이라는 뜻입니다.

별 존재감이 없었던 보코하람이 폭력성을 드러낸 것은 2009년 이후입니다. 보코하람은 보르노 주지사 선거에 개입했다가 이용만 당하고 버려졌고 보코하람을 주시하던 정부는 2009년 7월 보코하람의 리더 유수프를 즉결 처형했습니다. 재판절차도 거치지 않은 사법 살인이었습니다. 수장과 가족들이 군중이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처형당하자 보코하람은 음지로 숨어들었고 무장하며 극단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코하람은 2010년 9월 한 교도소를 침입해 죄수들을 탈옥시켰고, 2011년에는 수도 아부자에 있는 유엔건물에서 자살폭탄테러를 일으켰습니다. 무자비한 테러를 성공시키며 자신감을 얻은 보코하람은 카메룬, 차드 등 인접국가로까지 공격 범위를 넓혔습니다.

보코하람의 악명을 세계에 알린 것은 ‘치복 여학생 납치사건’입니다. 지난해 4월 14일 나이지리아 북부 보르노주의 주도 마이두구리의 한 여학교(중등학교)에 무장한 보코하람 조직원들이 침입해 여학생 276명을 납치했습니다. 과학시험을 보고 있던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갔죠.

한 달 뒤 보코하람은 온라인에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리더 아부바카르 셰카우는 히자브를 쓰고 앉아있는 소녀들의 모습을 공개하며 “소녀들은 모두 이슬람으로 개종하겠다고 맹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감옥에 붙잡혀 있는 자신들의 조직원이 석방되지 않으면 소녀들도 풀려나지 못할 것이고 소녀들을 결혼시키거나 시장에 노예로 내다 팔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전 세계가 경악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딸들을 돌려주세요”(Bring back our girls)라는 이름의 구출운동을 벌였습니다.4) 힐러리 클린턴 등 정치인과 할리우드 배우 등 전 세계 유명인사들이 구출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출처: bringbackourgirls.ng>

유엔 등 국제기구도 “당장 아이들을 풀어주라”고 촉구했죠. 그러나 초기에 탈출한 57명을 제외하고 아직도 219명의 생사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정부군이 보코하람에 납치된 여성들을 구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당시 납치된 여성들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돌아온 여학생들도 성노예로 유린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따가운 눈총을 받다가 고향을 떠나거나, 심각한 트라우마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보코하람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2015년 1월 보코하람은 북동부 바가 지역의 민간인 마을에 침입해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였습니다. 나이지리아는 하루 만에 20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바가 마을은 위성 사진에서 불빛이 사라지고 까맣게 보일 만큼 폐허가 됐습니다. 지도에서 마을 하나가 사라질 정도의 공격이었습니다.

보코하람은 바가 마을뿐 아니라 수시로 민간인 마을과 시장에 침입해 살인과 자살 폭탄테러를 일으켰습니다. 자살 폭탄테러에는 어린 소년·소녀들도 이용됐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군인과 경찰들의 의심을 덜 받는다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천국에 간다”는 말을 듣고 온몸에 폭탄을 두른 채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현장에서 즉사했습니다.

보코하람은 2015년 3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공개적으로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IS가 명령하면 언제든지 아프리카에서 IS의 이름으로 테러를 일으키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나이지리아와 차드, 카메룬 등 인접 국가들은 연합군을 조직해 보코하람 격퇴작전에 나섰고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보코하람의 잔인한 만행은 지금(2015년 11월)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코하람이 살해한 사람의 수는 2만명을 넘어섰고, 생명에 위협을 느낀 나이지리아 시민들은 국경을 넘어 난민 신세가 됐습니다.

알샤바브는 소말리아와 케냐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조직입니다. 소말리아는 1991년 이후 20년 넘게 내전을 겪었고, 알샤바브는 이런 비극을 먹고 자랐습니다. 내전 과정에서 “이슬람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슬람 법정 연합(ICU· Islamic Courts Union)’이 조직됐는데, 알샤바브는 2006년 여기서 독립한 단체입니다.

‘청년들’이라는 뜻과는 달리 알샤바브는 과격한 테러를 여러 번 저질렀습니다. 2010년 우간다에서 폭탄테러를 일으켜 74명이 목숨을 잃었고 2013년 9월에는 케냐 나이로비의 대형쇼핑몰 웨스트게이트를 장악하고,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을 골라내 총살하는 테러를 벌였습니다. 67명이 사망했고 한국인 관광객 한 명도 희생됐습니다.

2015년 4월에는 케냐의 가리사 대학에 들어가 학생 148명을 사살했습니다. 생존자들은 알샤바브가 기독교 학생들을 골라 내 죽였다고 증언했습니다.5) 2015년 11월 1일에도 소말리아 모가디슈의 한 고급호텔에서 폭탄테러를 일으켰습니다. 단지 무슬림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무장상태의 민간인들을 공격하는 것을 이들은 성전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했던 알샤바브는 IS에 충성을 공개적으로 맹세했습니다.

돌연변이 테러조직 IS

IS 휘장

IS의 뿌리는 요르단 출신의 알자르카위가 1999년 만든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조직입니다. 이 단체는 2004년 이라크알카에다(AQI)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는데 한국인 김선일씨를 납치하고 참수해 우리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던 조직입니다. 김선일씨뿐 아니라 이라크의 시아파 주민들과 사원, 유엔인사 등을 상대로 마구잡이 테러를 저질렀습니다.

명문가문 출신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오사마 빈라덴과 달리 알자르카위는 빈민 출신의 잡범으로 감옥을 드나들며 자랐습니다. 그가 이끈 IS의 전신 조직은 보다 과격하고 잔인하며 ‘보여주기식’ 테러에 집착했습니다. 알자르카위는 2006년 6월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지만, 그의 조직은 더 잔혹해졌고 더 확장됐습니다.

AQI는 알자르카위와 함께 조직을 지휘했던 알바그다디를 중심으로 재편해 2006년 10월 ‘이라크이슬람국가(ISI)’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여기서 처음 ‘이슬람국가’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다른 과격 무장조직들이 외부의 적과의 싸움에 몰두해가기 시작할 때, IS는 철저히 이라크 내부를 장악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미국이 무너뜨린 후세인 정권의 잔존세력들을 흡수했습니다. 알바그다디 자신이 후세인 정권에서 장교를 지낸 사람입니다. 그들은 교도소를 침입해 죄수들을 탈옥시켰고, 이들은 ISI의 충실하고 과격한 조직원이 됐습니다. ISI는 점점 더 이라크를 장악했고 무법지대로 만들었습니다.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중동 지역에 불어 닥친 ‘아랍의 봄’은 ISI에게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시민들은 민주화 열기로 똘똘 뭉쳐 독재정권에 저항했지만, 잠시 간판만 바뀌었을 뿐 독재세력은 금세 권력을 잡았습니다. 특히 시리아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는 내전으로 바뀌었고, ISI는 이 혼란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아버지뻘이었던 알카에다는 알바그다디에게 따로 조직을 만들지 말고 시리아 내전에서 반정부세력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ISI는 2013년 4월 조직의 이름을 ‘이라크와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라고 바꿨는데, 이 조직을 해체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알바그다디는 명령을 듣지 않았고, 2013년 11월에는 알카에다가 보낸 특사를 죽였습니다.

알카에다는 알바그다디가 참수 등 극형을 일삼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결국 2014년 2월 알카에다는 “ISI는 우리와 아무 관련 없는 조직”이라며 절연을 선언했습니다.

IS가 공개한 조직원들의 모습

독자세력이 된 ISI는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을 장악해나갔고 2014년 6월 9일 이라크 최대 유전도시 모술을 장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국가수립을 선포합니다. 이들은 이슬람교의 창시자이자 알라의 마지막 예언자인 무함마드가 세운 이슬람 국가를 재현하겠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교도는 물론 무슬림 중에서도 IS와 함께 하지 않고 IS의 뜻에 따르지 않는 이들을 모두 적으로 규정합니다.

국가수립을 선포한 뒤 1년 5개월동안 IS는 가장 과격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테러를 저질렀습니다. 외국인 기자들들(영국, 미국, 일본 등), 이집트의 콥트교도들(기독교)을 참수했고 이 장면을 촬영해 공개했습니다. 미국이 이끄는 국제연합군에 참여한 요르단의 조종사를 납치해 철장에 넣고 산 채로 화형 시키기도 했습니다. 화형은 이슬람 사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참혹한 살인방법입니다.

IS가 사람을 죽이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IS는 시리아의 2000년 유적도시 팔미라를 장악하고 인류사의 중요한 유물들을 폭파하거나 처형장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IS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세워지지 않은 문명과 유물은 모두 ‘이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와는 아무 관련 없는 건축물까지 부수고 폭파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IS의 유물파괴를 ‘전쟁범죄’로 규정했습니다.

IS는 그저 끔찍하고 충격적인 테러 방법만 유별난 조직은 아닙니다. 국가라는 이름처럼 이들은 자신들만의 행정조직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산의 집행과정과 집행내역을 회계장부로 처리해 공개합니다. 물론 이들이 공개하는 수입, 지출내역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는 IS가 원유와 고대 유물 밀매, 인질 협상으로 ‘더러운 돈’을 벌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IS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IS가 다른 테러 조직과 가장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화려한 홍보스킬입니다.6) IS는 조직원을 모집하는 동영상을 비롯해 참수, 테러 동영상까지 화려한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고화질의 UCC로 만들어 배포합니다. 인터넷 사이트와 SNS도 자유자재로 활용합니다.

각 정부가 아무리 IS 연계 계정을 단속하고 막아도 개인을 겨냥해 파고드는 온라인 미디어 홍보는 완전히 차단하기가 불가능합니다. IS는 익명의 계정을 통해 각 나라에서 테러나 범죄에 관심 있는 이들, 현실에 불만 있는 이들을 꼬이고 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줍니다. 마치 IS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누구나 부와 평등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달콤한 약속을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마구잡이로 자살폭탄테러로 이용하거나 총알받이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4년 9월 국제연합군을 이끌고 IS격퇴를 위한 공습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성과는 지지부진합니다. IS의 지도자 알바그다디가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그는 육성 파일을 공개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IS는 1인자가 사망했을 경우 권력다툼으로 인한 혼란이 없도록 B플랜을 준비해놨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IS는 2015년 10월 31일 이집트 시나이반도를 출발해 러시아로 향하다 추락한 여객기 사고의 배후로도 의심받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해 10개월 된 아기를 비롯해 탑승객 224명이 모두 숨졌습니다. IS연계조직이라고 주장하는 이집트 시나이반도 무장조직은 자신들의 테러라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 러시아 정보당국도 IS의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테러 때마다 보란 듯이 자랑하는 메시지를 올렸던 IS 공식지부는 이번에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침묵으로 인한 더 큰 혼란을 바라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IS의 조직원이 얼마나 되는지, 자금을 얼마나 비축해두었는지, 앞으로 어떤 테러를 계획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정확하기 알지 못합니다. 정통 이슬람교는 여성을 성노예로 삼고 같은 무슬림을 살해하며, 자살폭탄테러를 일삼는 IS를 이슬람 무장단체로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명분으로 테러를 자행하고 있고, SNS를 무기로 어떤 범죄단체보다 효과적이고 그럴듯한 홍보전을 펼치며 전세계의 불만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외로운 늑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IS로부터 직접적인 지령을 받아 움직이지는 않지만, 원거리에서 IS의 영향을 받아 자발적으로 테러를 저지릅니다. 예측할 수 없고 예방할 수 없는 테러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 모든 이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장은교 |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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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내면 티머니로 돌아온다”…KT M모바일, 티머니 요금제 출시 스틸하트 2 922 201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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