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람치킨
13.06.09
조회 수 3523
추천 수 85
댓글 63
어느 남편의 일기 (펌)

저는 결혼 8년차에
접어드는 남자입니다.
저는 한 3년전 쯤에
이혼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그 심적 고통이야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못하죠.

저의 경우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아내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나오더군요.
저도 회사생활과 여러 집안 일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구요.

순식간에 각방쓰고
말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대화가 없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갔구요.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밉게만 보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혼의 타이밍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시무룩 해지고 짜증도 잘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이런 아이를 보면 아내는 더 화를 불 같이 내더군요.
계속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 것이
우리 부부 때문에 그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요.

가끔 외박도 했네요.
그런데 바가지 긁을 때가 좋은 거라고 저에 대해 정내미가 떨어졌는지 외박하고 들어가도
신경도 안쓰더군요.

아무튼 아시겠지만 뱀이 자기 꼬리를 먹어 들어가듯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러기를 몇 달,
하루는 퇴근길에 어떤 과일 아주머니가
떨이라고 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다 사서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주방 탁자에 올려 놓고
욕실로 바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아내가 내가 사온 귤을 까먹고 있더군요.
몇 개를 까먹더니
"귤이 참 맛있네" 하며
방으로 쓱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내는 결혼 전부터 귤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하고,
결혼후 8년 동안 내 손으로 귤을 한번도
사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던 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생각치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 뭔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예전 연애할 때,
길 가다가 아내는 귤 좌판상이 보이면 꼭 천원어치 사서 핸드백에 넣고 하나씩 사이좋게 까먹던 기억이나더군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져서
내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답니다.

시골집에 어쩌다 갈때는
귤을 박스채로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 간이나 몇 백원 안하는 귤 한 개 사주지못했다니
마음이 그렇게 아플수가 없었습니다.

결혼 후에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 되었다는 걸 알았죠. 아이 문제와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말이죠.

반면 아내는 나를 위해
철마다 보약에
반찬 한가지를 만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말이죠.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과일 좌판상 아주머니가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샀습니다.
저도 오다가 하나 까먹어 맛보았구요.

며칠전 아내 말대로 정말 맛있더군요. 그리고 살짝 주방 탁자에 올려 놓았죠. 마찬가지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 이 귤 어디서 샀어요? "
" 응 전철 입구 근처 좌판에서 "
" 귤이 참 맛있네 "

몇 달만에 아내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도 몇 알 입에 넣어주구요.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 시켜서 저한테도 건네주는 아내를 보면서 식탁 위에 무심히 귤을 던져놓은
내 모습과 또 한번 비교하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듯 집안에 온기가 생겨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제가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사이가 안 좋아진 후로는 아침을 해준적이 없었는데...
그냥 갈려고 하는데, 아내가 날 붙잡더군요.
한 술만 뜨고 가라구요. 마지못해 첫 술을 뜨는데,
목이 메여 밥이 도저히 안넘어 가더군요.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같이 울구요.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다는
한마디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부끄러웠다고 할까요.

아내는 그렇게 작은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 일에도 감동받아 내게로 기대올 수 있
다는 걸 몰랐던 나는
정말 바보 중에
상바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사소한것에 감동느끼는데~~

변했다싶던 그사람
어쩜 나의 관심이 필요했는지 몰라요~
곁에있는 사람...
댓글 63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목록 검색 쓰기
List of Articles
제목 글쓴이 추천 조회 날짜
이쁜 언니들 사진 공유할께요 file 크림18 11031 2023.08.21
힐링이 되는 냥이짤 3 file Kimssn 163 2021.12.01
희생번트.gif 37 file 무나니 10 2174 2013.05.09
희대 탈옥범 장수거부 39868 2022.11.29
희귀한 역사적 사진들.jpg 6 file 보드람치 6 2047 2013.08.08
흥부 제비 2 file 스틸하트 3 463 2018.06.24
흥민아 이겼구나 file 송유나12 223 2018.09.02
흔한놀이 5 file 11thnov 1 885 2013.05.09
흔한_네이버_베플.png 1 file AndroHacker 2 2109 2015.03.09
흔한_기상청의_우산.jpg 16 file 김밍고 1 1247 2013.04.30
흔한 한국인의 운전실력 6 조남식 2 1879 2013.09.14
흔한 학원의 와이파이 비밀번호.jpg 19 file 보드람치 9 1316 2013.06.09
흔한 피자배달 9 Chul 1 766 2013.06.12
흔한 탁자.gif 17 보드람치 4 838 2013.06.07
흔한 출석 체크 포인트.jpg 14 file 늑대나무 4 1141 2013.05.01
흔한 천조국 대학 강의실 5 리땅33 3 897 2013.06.15
흔한 착지법 file 송유나12 183 2018.09.05
흔한 중소기업 양아치짓. jpg 2 file 캐롤리나 325 2021.09.29
흔한 자해공갈.gif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18 file 보드람치 10 2664 2013.08.03
흔한 자해공갈 2 빵야!! 1 900 2013.06.10
흔한 외국인들의 채팅.jpg 25 file 야호야하 7 1660 2013.05.14
흔한 야구기사 제목 6 file 바쁜인간 1880 2013.07.03
흔한 아침드라마 PPL 클라스.swf 10 보드람치 2 1266 2013.05.01
흔한 아저씨 친구들.jpg 7 file 보드람치 3 854 2013.06.05
흔한 스마트폰의 파일럿 5 file 스으으으 1 936 2013.06.05
흔한 설레발의 법칙 10 file Blacky™ 1 1483 2015.02.01
흔한 삼성의 패기 8 file 김밍고 2 2042 2013.08.09
흔한 방송국 3 chikimi 1013 2013.05.13
흔한 말싸움.avi 8 보드람치 3 894 2013.06.13
흔한 러시아식 차선변경법 1 file 엔젤릭버 2 1910 2014.01.24
1 - 137